Asia-Today Interview Article by CEO (Oct. 2010) - 대표이사, 아시아투데이 신문 인터뷰 전문
“평화의 신기루는 연평도 포탄과 함께 날아갔다”
3군 사관학교 통합하겠다는 것 시대착오적 발상
[아시아투데이=김미애 기자]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에서 꿈꾸던 ‘평화의 신기루’는 지난달 23일 연평도의 포탄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은 민간인의 생명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수천명의 삶에 충격과 공포를 심어줬다. 연평도에서 탈출하는 피란민 행렬 속에는 북한의 핵개발 소식, 천안함 피폭에도 우리 스스로 지킬 수 있다고 믿었던 평화의 의미는 온데 간데 없다. G20서울정상회의 직후 김정은 ‘3대 세습’ 정책과 맞물려 행해진 북한군의 무력도발은 한반도의 슬픈 분단 현실과 북한의 공격 위협을 실감케 하기에 충분했다.”
북한교과서 원문을 그대로 수록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바로알기 시리즈’ 저자이기도 한 김봉기(55) 판문점트레블센타 사장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을 통해 북한은 3대 세습체제를 더욱 공고화 시키는 쪽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최근 한반도 상황은 남·북한의 안보경쟁을 격화시키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 등에게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의 폭력적인 군사행동을 억제하는 것이 주변국의 장기적인 국가이익과도 부합하는 것임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연평도 무력공격을 어떻게 보는가.
“우리 정부가 이번 연평도 포격 이후의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이보다 더 큰 규모의 도발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가령 북한이 서해 5도의 일부를 기습 점령하는 것도 한 예다.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통해 북한의 도발을 무력화하는 국방개혁이 실행돼야 한다. 북한의 공격에 대응하는 정부의 안보전략 부재와 군 수뇌부의 허약함에 대해 쏟아지는 비난과 비판은 바로 이러한 국가의 당위적 역할과 기대 때문이다.
국민간의 단합된 안보의식은 불안감에 휩싸인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큰 힘이다. 천안함 사건 당시 원인을 둘러싸고 벌어진 내부 분열이 북한의 추가 도발 빌미를 줬다는 데에서 교훈을 얻은 셈이다. 북한은 우리나라 안보의식이 서서히 무너지는 시점, 즉 진보와 보수 세력이 서서히 갈라설 때를 교묘하게 노려 재공격해 올 것이다.
북한은 가짜 역사를 토대로 만들어진 나라다. 김일성의 전설로 세운 나라가 손자 김정은에게 세습되면서 국가 내부적으로 작은 분열이 생기고 있다. 북한에게 ‘김씨 왕조’의 권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처방전은 한반도에서 긴장을 유발시키는 방법뿐이다. 천안함·연평도 공격에 이은 북한의 기습 테러사건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식수원 오염·대형건물 화재 등을 일으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시키는 국지전을 쓸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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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기(오른쪽 두번째) 육군3사관학교 13기 동기회장이 에티오피아 명예대사에게 학용품 기부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
-연평도 침공 이후 3군사관학교 통합 등 국방선진화추진 정책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분위기이지만 언제든 다시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사항인데.
“각 군 사관학교마다 특성이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통합하자는 것은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 육사와 3사는 학교의 시스템이 다르고 예비역의 역할이 다르다. 정말 우리 군을 개혁하려면 사관학교 통합이 아니라 육군의 인사 분야를 먼저 개혁하고 출신 간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각 군의 고유 기능이 있고 임무가 다른데 통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없다. 육군에서 ‘합동성’을 말하는데, 통합군이 성공한 예가 하나도 없다. 통합이라는 것은 의사 결정을 할 때 서로 협동하고 의견을 통합하자는 것이지 권한과 권력을 집중하고 자기 밑에 모든 것을 흡수하는 통합은 나라를 망치는 것이다.
통합이니 합동이니 이런 것은 운용에 관한 문제다. 이것과 양성의 문제는 구분되어야 한다. 각 군이 고유 업무를 가지고 발전하면서 조직과 제도 그리고
리더십에 의해서 운용되는 것이다.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정부에서 유독 해병대 군사력을 강화하려는데.
“이번 연평도 포격 이후 드러난 해병대 전력의 실상은 너무 충격적이다. 군을 호전적으로 개혁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동감한다. 비록 이번에 북한군에게 한 방 맞았지만 지금부터라도 전력을 보강하겠다는 방침을 세운건 다행이다. 서해 5도 사령부 창설에 대해서도 지지한다. 북한군은 분단 이후부터 이른바 ‘인간폭탄’ 특수부대를 육성하는 데 전력을 집중하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그 수가 줄어들었다. 앞으로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전면전이라기보다 대테러전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 핵심적으로 역할을 해야 할 인력이 우리로선 답보상태다. 해병대가 후방침투와 상륙작전 등 북한 급변사태 때 다목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한다.
-연평도 침공이 DMZ 관광 활성화 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남·북한의 관계가 긴장상태로 치달은 상태에서 안전에 위협을 느낀 관광객이 판문점을 찾는 횟수는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연평도 이후 중단됐던 유엔사 관할지역인 JSA(
공동경비지역) 관광은 재개되지만 위험요소를 꺼리는 불안정성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될 것 같다.이번 사태로 우리나라 안보관광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현재 안보관광 사업은 상업적 이윤추구의 도구로 전락한지 오래다.
판문점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북한이 직면한 현실을 설명할 전문가가 마땅히 없는 상태다. 국가안보가 강해지려면 전투력도 증강해야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투철한 안보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판문점을 찾는 이들은 ‘통일과 안보’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국가는 이들에게 철책선 너머 북한의 현실에 대해 알리고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듣게 해 분단 현실을 직시하게끔 해야 한다. 정책 추진은 문화관광부가 아니라 통일부에서 주관해야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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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군사관학교 통합과 관련 "권한과 권력을 집중하고 자기 밑에 모든 것을 흡수하는 통합은 나라를 망치는 것"이라고 말하는 김 사장. |
-향후 통일에 대한 방법론이 있다면.
“나는 적극적인 통일 정책을 주장한다. 우리정부는 경제개발을 기초로 한 통일의
기반을 갖추자는 논리인데, 즉 먼 훗날 찾아오는 그 어떤 것을 따라가는 ‘소극적 통일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지배세력의 전설이 허구로 밝혀져야만 갇힌 틀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집단이다. 우리는 북한에 개혁·개방정권이 들어서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또 국지전의 위협과 북한 핵을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어지러운 정세를 고려한다면 우리정부의 전략 증강만으로 안보위기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기관리의 성공 여부는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을 억제하는 전략 속에서 달성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 스스로 북한의 폭력적인 군사행동을 억제하는 것이 주변국의 장기적인 국가이익과도 부합하는 것임을 설득해야 한다. 전쟁을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다면, 자유와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질 때 북한의 군사 도발을 억제하고 평화를 획득할 수 있다.
-북한 책 시리즈 3번째는 무엇인가.
“20여 년 간 군 정보계통에서 일해 온 터라 다른 사람보다 북한에 대해 잘 안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실제로 북한체제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걸 느꼈고, 그 무지함에서 비롯해 책을 집필했다. 그러다 요즘 사람들은 ‘통일과 안보’라는 단어를 없어져야 할, 식상해하는 단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두 단어만 접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고도 하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북한체제가 변하느냐 하는 분수령은 3대 세습이 이뤄지느냐에 있다. 만약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소멸할 거라고 본다. 북한정권의 위험성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3대 세습 등 체제가 변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교육 때문이다.
이번 책은 시리즈1 북한 학생교육의 실상 ‘붉은 넥타이’, 시리즈2 “수령” 우상화의 실상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내년 2월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바로알기 시리즈3 남한과 북한의 국화, 정책 등을 비교하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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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교과서 원문을 그대로 수록한 '북한 바로알기' 시리즈 1, 2권 |
■김봉기 사장은
육군3사관학교 13기 출신인 김 사장은 정보분야에 주력하다 중령으로 예편한 뒤 판문점트레블센타를 통해 외국인들에게 분단현실과 북한 바로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매일 외국인에게 JSA(공동경비지역)를 소개하면서 탈북자들의 생생한 육성 증언을 들려주는 등 북한문제에 정통한 그는 북한 바로알기 시리즈로 ▲북한 학생교육의 실상 ‘붉은 넥타이’ ▲“수령” 우상화의 실상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등을 펴냈다. 이 책은 국내 최초로 북한교과서 원문을 그대로 수록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곧 3권을 내놓을 계획이다.